[스위스 생활] 모더나 백신 1차 접종 후기 (2) / 백신 부작용 / 스위스에서 병원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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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생활] 모더나 백신 1차 접종 후기 (2) / 백신 부작용 / 스위스에서 병원가기

 

 

 

모더나 백신 부작용으로인한 대상포진이라는 의사의 진단. 응급 환자 (Notfall) 마크도 붙어있다.

 

 

 

Vaccination / Moderna / 1st 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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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1차 접종 후 10일이 지났을 때.

뚜또 엄마가 계속 눈에 뭐가 나서 불편해 죽겠다는 말과 함께

이마에도 이상한게 벌겋게 올라온다고 했다.

 

나도 스위스 와서 두드러기 등등이 난 적이 있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2일 정도 지나니 가려움도 심해지고 따끔함도 심해져서

뚜또엄마가 이거 대상포진 아닌가 싶다고 했다.

 

대상포진이 발병한 경우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해야 된다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새벽에 확인했고,

 

더 늦기 전에 서둘러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1. 보험사 전화하기

이번이 스위스에 1년 조금 넘게 살면서

처음으로 병원에 가보는 것이었다.

건강 보험 가입할 때 안내받은 대로,

Groupe Mutuel Medi24에 전화를 걸어봤다.

Medi24는 24/7, 즉 24시간 7일 내내 전화연결이 가능하다.

 

뚜또 엄마의 인적사항을 말하고

증상 등을 말한 뒤

 

"Emergency 상황이세요?"

"네"

 

라고 대답하자 동네에 있는 Permanence를 가보라고 안내해 주었다.

Permanence는 예약 없이 진료를 빨리 받을 수 있는 동네 의원 느낌이다.

 

 

 

 


 

 

 

2. Permanence에서 진료 받기

아침 8시반 쯤에 도착했는데, 사람 2명 정도 지나다닐만한

좁은 복도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와 아침에도 사람이 많구나 .. 싶었다.

 

대부분이 코로나 검사 받으러 온 사람들이었는데,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서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무서웠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는데,

오 꽤 빨리 진료 받을 수 있는건가? 싶었지만 오산이었다.

이 줄은 스위스 보험 카드를 내밀고

번호표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었다.

 

"여기 사람 많으니까 밖에 나가서 한 20분 정도 있다가 오세요"

 

라길래 네 하고 20분이 되기 전에 들어갔다.

우리 번호는 26번이었는데 들어가니 23번 차례였다.

23번에서 25번으로 넘어가더니 25번에서

갑자기 우리 번호인 26번을 부르지도 않고 27번을 불렀다.

그래서 접수대에 가서

 

"우리 번호 지나간 거 같은데요 ㅠㅠ"

 

라고 말하니까 사부작사부작 하더니

 

"바로 다음 순번이니까 이름 불릴 때까지 저기서 대기하세요"

 

라고 한다.

순번이 제대로 불리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 따윈 없었다 .. ㅋㅋㅋ

 

그렇게 좀 더 기다리니까 이름이 불렸고,

뚜또엄마는 영어/독일어를 배우는 중이긴 하지만 아직 서툴러서,

내가 같이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는데

그건 안 된단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렸고,

뚜또엄마가 진료를 받고 나왔다.

의사 소견이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보인다."

"병명은 대상포진(Herpes Zoster)."

 

였다. 이에 대한 치료는 여기서 할 수 없으니

소견서를 써주면서 취리히 대학교 병원의

응급의학과(Notfall)로 가보라고 했다.

요새 한국에서는 의사들이 백신 부작용이라는 걸

인정해주지 않는 의사도 꽤 많다던데

스위스는 그나마 나은건가 라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 스위스 병원이 가진 시스템이

한국에 비해 정말 훨씬 편리하다고 느낀게 있다면

수납이 따로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의사를 만나려면 스위스 보험 카드가 있어야 하며,

여기에 인적사항이 적혀있으니

보험카드를 내민 뒤 진료를 보면

나중에 청구서가 날아오는 방식이다.

그냥 의사랑 얘기 다 끝났으면 집으로 가면 된다.

와 이건 진짜 좋다 !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밑에서 설명)

 

... 하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한국인으로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3. 취리히 대학교 병원 (University Hospital of Zürich) 가기

우리는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

소견서 편지봉투에 독일어로 Notfall (응급) 이라고 써져있어서

응급환자로 분류받고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겠지 생각했다.

대상포진은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트램으로 이동하면서 뚜또엄마의 이마를 보니

증상이 전날에 비해 더 악화되고 있었다.

 

서둘러 도착 후 Notfall 환자들을 담당하는 빌딩으로 들어갔는데,

요새는 보통 응급환자들은 COVID-19 증상 환자들이 많나보다.

휠체어 타고 들어오는 노인분들 2명,

산소호흡기 달고 구급대원들에게 이송되는 환자 1명을

보고나니 그 공간이 무서웠다 ..

정말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뭔 고생을 하는 건지 진짜.

언제 이 사태가 끝날 것인지 참담하다.

 

아무튼 또 거기서 10분 정도 기다려 차례가 되니

이번엔 Augenklinik (안과)으로 가랜다.

그래요 .. 하고 또 몇 분 걸어서 위쪽에 있는 빌딩에 간 뒤,

보험카드 보여주고 .. 등등 Permanence에서 했던 것 그대로 하면서 접수를 했다.

중간 중간에 빌딩 들어갈 때마다 COVID-19 증상 있는지 없는지

체크도 하면서 말이다.

(다행히 뚜또엄마가 발열증세는 없었기에 망정이지,

발열증세까지 있었으면 COVID-19 의심환자로 분류되어서

진료가 훨씬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접수를 하고 나니, Notfall 이라고 프린트 된 큼직한 종이와 함께

접수 대기 종이 같은걸 클립에 집어주었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빨리 해결될거야 !

라고 생각했다.

 

옆 쪽의 대기하는 곳에 가서 몇 분쯤 대기하니

이름이 호명되었고, 우리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번엔 다행히 동행자도 같이 들어가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이,

 

"여기서 기다리시면 Doctor가 올 겁니다"

 

라고 한다.

 

... 우리는 그 뒤로 2시간 30분 후에 그 놈의 Doctor를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가 2시간 30분 동안 처박혀서 기다리던 진료실. 중간에 벽에 기대서 좀 잤다.

 

 

아니 한국이었으면 이게 말이 되냐고.

불도 안 켜진 텅 빈 진료실에 환자를,

그것도 응급환자(Notfall 이라고 써놓고서는 !!)를!!

 

뚜또엄마가 2시간 반 동안 기다리는 동안,

혹시 우리의 진료 순번이 의사한테 전달이

안 되어서 누락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우리 진료실 번호가 10번이었는데,

10번에 그대로 대기하면 된다고까지 말한 걸로 보아 그건 아닌듯)

그래서 나는 진료실 밖에 나가서 여기저기 정말 많이도 물어봤다.

 

 

"저기 .. 저희 진료실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왜 Doctor가 안 오나요?"

"기다리시면 Doctor 올 거에요."

"아니 1시간이 넘었는데요?"

"? 그게 normal이에요"

 

하 .. ㅋㅋㅋㅋㅋㅋㅋ

normal이라고 말하던 수납대 그 사람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

솔직히 잘 모르겠다.

 

 

2시간 반 동안 처박아놓고 기다리게 한 다음

의사가 느그막히 나타나서는

느릿느릿하게 진료를 봤다.

이마는 대상포진이 맞고 눈은 뭐에 감염 된거라는데

대상포진 먹는 약 일주일치랑

눈에 넣는 연고? 처방해주고 끝이라니.

 

 

 


 

 

이게 진짜 보통의 스위스 병원 진료 방식인건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이라도 당한건지?

아니면 그냥 우리 보험 상품이 가장 가격이 싼 기본적인 KVG라서

Notfall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우선순위로 진료를 봐준건지?

아니면 뭐 뭐 다른 이유가 있나?

 

뚜또엄마 왈, 스위스 1년 조금 더 넘게 살면서

한국음식 생각나는 것 빼고는 다 좋았는데

갑자기 정이 팍 떨어진다고 했다.

 

 

 


 

 

 

Permanence에서 받았던 진료와 마찬가지로,

진료가 끝난 후 수납대로 가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처방전도 진료실 프린트로 그 자리에서 받았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을 때도 따로 결제를 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더라.

어차피 보험카드에 다 연결되어 있어서

나중에 한꺼번에 청구된다고.

(단점은 청구 될 때까지 병원비가 얼마 나올지 모른다는 것.

워낙 병원비가 비싸기도 하고

가입한 보험에 따라 청구 비용이 달라진다.)

 

 

나는 그나마 하루 안에 진료를 본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치료가 급히 필요한, 정말 위험한 병에 걸린거니까.

뚜또엄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그 후, 병원에서 챙겨준 약을 먹으면서

일주일 정도 지나니 대상포진 증상이 모두 가라앉고 흉터만 남았다.

처방해 준 약을 다 먹더라도 병원에 또 가야하는 상황이

상당히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완치되었다 !

 

 

 


 

 

 

2개월 반 정도가 지나니 보험 회사 측에서

약 값 청구서가 날아왔다.

약 값만 CHF 92 (12만원)이다. 역시 .. 매우 비싸긴 비싸다.

그런데 다시 2개월 정도가 더 지나니까

CHF 92CHF 88 가 보험회사로부터 환급되었다.

아마 백신 부작용이 확실하다는 Permanence 진단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는 백신의 부작용을 인정 받기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스위스는 다르구나.